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석기시대로 돌려 놓겠다고 한 말이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이란은 무너지고 말까요?
트럼프로서는 이란 경제를 박살낼 수 있다는 위협을 통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있겠지만 이란의 군대는 물론 정치와 경제를 콘트롤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에게는 그런 위협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란이 많이 맞을수록 혁명수비대의 부가 늘어나는 역설 때문입니다.
미국이 맹공을 퍼부을수록 혁명수비대는 전비를 확충할 재원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장기전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7일 이란의 민간 경제는 무너지고 있는 반면 이란 군부의 경제는 날로 강해지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 첫 달 동안 대부분 민간 인프라를 피해 공습을 가했습니다. 3월에는 폭격기들이 석유 터미널과 항구를 피해가며 에너지 중심지인 카르그섬을 공격했습니다. 일주일 뒤 도널드 트럼프는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공격이 카타르의 천연가스 시설에 대한 이란의 보복을 촉발하고 시장을 흔들자,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전쟁 두 번째 달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시작됐습니다. 4월 2일, 가족들이 인근 계곡에서 소풍을 즐기던 중 미국은 이란에서 가장 높은 다리인 B1을 파괴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 드론은 쿠웨이트의 한 정유시설을 공격했습니다. 사흘 뒤 트럼프는 이란이 72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완화하지 않으면 더 많은 교량과 발전소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러한 위협은 더 큰 전략 변화의 일환입니다. 군사 기지, 해군 함정, 무기 공장, 그리고 남아 있던 핵시설을 파괴한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제 이란 경제의 핵심을 겨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목표는 일상생활을 교란시키고 정권의 세수를 줄여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며, 설령 정권이 살아남더라도 핵 프로그램 재건을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민간 시설을 겨냥한 공격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국제법상 대부분의 경우 불법입니다. 또한 이러한 전략은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이란 정권과 정예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IRGC)가 이미 붕괴 직전인 민간 경제에 크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자금은 거대한 상업 제국에서 나오며, 전쟁은 오히려 사업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유가 상승은 수익을 늘리고 있으며, 해상 운송과 무역 혼란을 이용해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일반 이란 국민들의 삶은 이미 서방의 제재와 지난해 6월 12일간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지난해 경제는 위축됐고, 노동 가능 인구의 60%가 실업 상태로 추정되며 이는 1월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습니다. 2월 말 이후 미국이 수행한 1만 1천 건의 공습은 일상생활을 사실상 마비시켰습니다. 일부 미사일은 군사시설 인근의 대학, 아파트, 은행까지 파괴했습니다. 정부가 시위를 막기 위해 시행한 인터넷 차단은 한때 전체 노동력의 절반을 고용하던 서비스 산업을 압박했습니다. 정부는 700만 명, 즉 노동자의 4분의 1이 군 복무를 자원했다고 주장합니다.
외국 상품은 노동력과 정보만큼이나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이란 유조선은 호르무즈 해협을 비교적 자유롭게 통과하며 에너지 수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와 걸프 지역에서 이란으로 들어오던 물류는 거의 끊겼습니다. 2025년 이란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아랍에미리트는 전쟁 초기 이란의 보복 대상이 된 이후 단 한 척의 선박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이란인 입국을 막고, 제재 회피에 이용되던 두바이의 유령회사 단속에 나섰습니다. 자금세탁 혐의로 수십 명이 체포됐으며 수십억 달러의 이란 자산 동결도 검토 중입니다.
이미 거의 가치가 없던 리알화는 전쟁 이후 암시장 기준으로 달러 대비 8% 추가 하락했습니다. 전쟁 직전 연간 물가상승률은 약 50%였으며 이후 6% 더 상승했습니다. 정부는 실업 증가와 물가 상승에 거의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찍어온 정책당국은 다시 화폐 발행을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 자금은 정권과 혁명수비대가 마련하고 있으며, 이들의 수입은 일반 경제 상황과 거의 무관합니다. 자금은 크게 석유 판매, 국내 제조업, 불법 거래 세 가지에서 나옵니다. 이란이 외부와 단절될수록 이 세 분야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2025년 이란 석유 수출의 절반을 처리했으며 이는 최소 300억 달러 규모입니다. 정부는 재정이 어려워지자 군에 예산 대신 석유를 제공해왔습니다. 리알화 약세와 다른 공공지출 가치 하락으로 인해 군이 받은 석유의 실질 가치는 더 커졌습니다.
제재를 피해 석유를 수출하고 대금을 처리하는 정교한 시스템도 구축돼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금융 시스템에 숨겨진 수천 개의 유령회사와 환전 네트워크는 거래 추적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최근 한 달 동안 정부는 혁명수비대에 더 많은 석유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 혁명수비대는 유가 상승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수출량은 유지되면서 수익은 거의 두 배로 늘었습니다. 이들이 기존과 같은 비율을 유지한다면 수익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으며, 이는 몇 달간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합니다.
두 번째 자금원은 국내 기업입니다. 혁명수비대는 다섯 개 조직을 통해 대기업들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란 기업의 절반에 지분을 가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파이프라인 건설부터 주택 판매까지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자동차(바흐만), 식품(시나 식품산업), 제약회사 등과 연관돼 있습니다.
전쟁으로 외국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이들 기업은 큰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이란 소비자들은 원래 외국 제품을 선호했지만 이제 선택지가 없습니다. 화장품과 가공식품 분야 이익은 한 달 만에 두 배로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철강, 알루미늄, 기계부품 생산업체들도 가격 상승 덕을 보고 있습니다.
불법 거래 역시 수익을 키우고 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항구, 공항, 국경을 장악해 사실상 밀수 독점권을 갖고 있습니다. 중동 내 동맹 조직 약화로 공급망은 일부 타격을 받았지만, 해상 운송 혼란으로 밀수품 가격이 상승해 오히려 수익이 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마약 밀매 수익 증가도 예상합니다.
또한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당 200만 달러 통행료 부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쟁 전 하루 140척의 절반 수준만 유지해도 연간 500억 달러 수입이 가능합니다.
아랍에미리트의 단속은 불편 요소일 뿐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이란 자산 대부분은 중국 금융 시스템에 있으며, 중앙은행 외환보유액도 그곳에 보관됩니다. 또한 이란 결제 시스템 ‘셰탑’은 러시아 ‘미르’와 연결돼 제재 없이 거래가 가능합니다.
물론 전쟁 비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혁명수비대 최대 기업인 카탐 알안비야는 주요 산업시설을 운영하지만, 무기 공장은 집중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4월 2일 이란 최대 철강 공장 두 곳이 가동 중단되며 생산능력의 70%가 사라졌습니다. 테헤란 정전 역시 산업시설에 전력을 우선 공급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민간 경제 타격 전략은 이란 경제를 더욱 파괴하고 무기 생산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석유를 직접 겨냥하지 않는 한 혁명수비대의 재정력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이란 정권은 이에 대응해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와 세계 시장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일반 국민이 전쟁의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도록 내버려둘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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