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조용한 대국 인도네시아가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배터리 산업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차전지의 핵심 소재에 쓰이는 전 세계 금속 니켈 매장량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보유한 비율은 2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합니다.
역시 핵심 금속인 코발트는 세계에서 3번재로 많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도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앞으로 친환경 원자재 강국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셈이죠.
원래 인도네시아는 전부터 꾸준히 미래 경제대국 후보국으로 꼽혀왔습니다.
국토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아 일단 대국, 혹은 지역 패권국으로서 면모를 갖춰놓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국토 면적은 1억9169만 ha로 세계 14위입니다.
더 중요한 인구는 2억7550만 명.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입니다. 특히 젊은 인구가 많다는 게 매력적입니다. 인구 26%는 15세 미만이라고 합니다. 한중일 3국이 급격히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됩니다.
전기차와 관련된 니켈 등의 광물도 풍부하지만 전기차 산업이 뜨기 전부터 석탄 , 천연가스는 물론 주석, 금, 구리는 물론 코코넛도 잘 나서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이기도 합니다 . 고무, 커피, 쌀.. 기타 과일류도 많이 납니다.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여기에 전기차와 더불어 친환경 자원의 보고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인도네시아가 향후 친환경 자원부국이 될 거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고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1차산업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2,3차 산업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딱히 공업을 키우지 못하면서 저부가가치 산업에 머물러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다른 개발도상국들보다 발전속도가 더딘 이유가 됐습니다.
그런데 바로 전기차 시장의 개화가 여기에서도 인도네시아의 산업구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전부터 광물의 수출 금지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이는 1차산업을 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2차산업의 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었는데요. 단순히 광물을 팔아 돈을 버는 것보다 광물을 제련하고 이를 원료로 공업 제품을 생산해야 가치가 붙고 그에 따른 고용 창출 등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는 정책이지만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인도네시아의 니켈 시장에서의 압도적 우위가 맞물리며 일단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됩니다.
이를 통해 해외 자본 유치도 이뤄졌는데요. 세계 1위의 니켈생산 기업 중국 칭산그룹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습니다.
현대차와 LG엔솔도 합작공장을 세워 조만간 가동하려고 하고 있죠.
디지털화와 IT 기술 발달은 인도네시아의 경제 발전의 부스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의 경제 성장의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지리적 한계였습니다. 수 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탓에 인구가 분산돼 있고 각 지역의 소통과 통합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동쪽에서 서쪽 길이는 서울에서 자카르타까지 길이와 엇비슷합니다.
그게 여러 섬으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보면 애로사항이 많을 거란 게 쉽게 짐작됩니다. 물론 주요 큰 섬들에 집중돼 있기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토가 하나로 원활하게 연결된 다른 나라들보다 어려운 점이 많은 거란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확산과 IT기술 발달, 디지털화 등은 한계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요. 관련 IT기업들도 급성장하며 인도네시아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고투와 카고 등 데카콘이나 유니콘 기업들도 속속 등장했고 현재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유니콘 기업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 정치도 경제 발전에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됩니다. 대개 동남아에서는 정치가 경제에 발목을 잡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군부 쿠데타 등이 빈번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노정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인도네시아도 비슷한 경로를 거치긴 했으나 2014년 조코 위도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정치도 어느 정도 안정됐고 조코 위도도의 기조에 따라 경제 발전을 중시하는 정책들이 펼쳐졌습니다.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옴니버스 법안 통과로 외국 기업으로서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유인이 커졌는데요. 고용과 해고가 수월해졌고 노동 관련 규제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잠재력이 높은 인도네시아 경제에 위험 요인은 없을까요?
먼저 경제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지 여부가 어쩌면 불투명할 수 있습니다. 조코 위도도의 임기가 2024년까지인데 그 이후의 일들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그동안 효과를 발휘했던 광물 수출 금지를 통한 산업 육성이 언젠가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합니다.
니켈이야 워낙 매장량이 많고 지배력이 있기 때문에 계속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 하더라도 다른 자원에서는 해외 대체재를 찾는 발길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과거 보크사이트 수출 금지를 추진했을 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제력을 하고 제품을 만들기보다 다른 나라로 옮기는 선택을 하며 곤란해 진 적도 있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인도네시아는 예전에 브릭스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원이 될 잠재력이 큽니다. 전통적으로 비동맹 중립외교를 채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로서는 미중 신냉전 국제질서 나름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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