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지속하며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국채 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큰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인 모양새입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런(국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식의) 묘수(wheeze)는 단지 실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미 재무부의 신뢰도와 ‘브랜드’까지 훼손할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며 회의감을 표시했습니다.

스콧 베선트는 자신이 미국의 “최고의 채권 세일즈맨(top bond salesman)”이 되고 싶다고 자주 말합니다. 재무장관에게 채권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성공의 신호일 것입니다. 하지만 회계사라면, 자신의 상품을 직접 사들여 실적을 부풀리는 세일즈맨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릅니다.
8월 19일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가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장기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buy back) 계획을 밝혔습니다. 국채 수익률은 잠시 하락했지만 곧 다시 상승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묘수(wheeze)는 단지 실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미 재무부의 신뢰도와 ‘브랜드’까지 훼손할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올해 전 세계적으로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습니다(즉, 국채 가격은 하락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6%포인트, 독일 국채(분트)는 0.4%포인트, 일본 국채는 0.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가 급등한 뒤에도 높은 인플레이션은 아직 완전히 억제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면서 유가가 상승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건설하기 위한 민간 부문의 차입이 늘어나면서,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의 자본조달 비용도 높아졌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채권시장이 선진국의 ‘부채 폭증’이 가져올 결과를 점점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6%에 달합니다. 이는 경기침체나 전쟁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큰 수준입니다. 8월 19일 재무부는 연방정부 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GDP의 약 130%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초당파적 재정 전망기관인 의회예산처(CBO)는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베선트 장관이 스스로 내세운 2028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프랑스와 일본을 비롯한 다른 주요 경제국들의 재정 상태 역시 좋지 않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재 미국 재정적자의 절반 이상이 과거에 빌린 돈에 대한 이자 지급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수익률 상승 → 재정적자 확대 → 더 높은 수익률 → 더 큰 재정적자라는 식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베선트 장관 개인에게만 난처한 일이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에도 문제가 됩니다. 중간선거가 열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금 가장 중요한 화두는 ‘살림살이 부담(affordability)’입니다. 그런데 많은 유권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두 가지 비용, 즉 휘발유 가격과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모두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자는 국채 수익률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고, 후자는 국채 수익률 상승의 결과입니다.

베선트 장관은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조치를 통해 시장의 저울에 손가락을 얹으려 하고 있습니다. 통상 재무부는 위기 상황에서 채권시장이 질서 있고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여깁니다. 비교적 평온한 시기에 수익률을 이리저리 움직이려 하는 것은 본래 재무부의 역할이 아닙니다.
미국의 거시경제 정책에서 또 하나의 핵심 권력기관인 연방준비제도(Fed)도 양적완화(QE·은행 지급준비금을 새로 만들어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나, 2011년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때때로 채권 수익률을 움직이려 합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베선트 장관의 이번 국채 매입 계획을 중앙은행식으로 뒤집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준이 이런 조치를 취해온 목적은 언제나 경기침체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등 단기적인 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지, 정부의 재정을 지탱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베선트 장관이 주도한 절차를 통해 지명된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은 양적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으며, 정책당국이 시장에 지나치게 큰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베선트 장관의 발표가 즉각적으로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국채 수익률은 이미 발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이번 국채 재매입은 미국 정부의 총부채 규모 자체를 바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재매입 자금은 단기 국채를 새로 발행해 조달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재매입 규모 역시 미국의 전체 차입 규모에 비하면 작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계획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입니다. 즉, 국채 수익률이 계속 상승할 경우 재무부가 이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경제의 기초 여건 변화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은 아무리 의지가 강한 정부라도 결국 압도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1992년 조지 소로스의 헤지펀드에서 일하면서 영국의 환율 페그제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던 베선트 장관이라면,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아이러니도 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자신의 전임자인 재닛 옐런이 재무부를 정치화하고 연준의 업무에 개입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옐런 장관 시절 재무부는 단기 만기의 국채 발행 비중을 조금씩 높였습니다. 이는 베선트 장관의 국채 재매입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차입을 장기 부채에서 단기 부채로 옮기는 효과를 냈습니다.
옐런 재무부는 이를 기술적·전문적인 부채 관리(technocratic debt management)*라고 불렀습니다. 반면 베선트 장관은 이를 비판하는 측의 표현인 ‘적극적 재무부 국채 발행(activist Treasury issuance)’이라는 표현을 되풀이했습니다. 즉,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적극적으로 조정했다는 비판에 동조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때 헤지펀드 트레이더였던 베선트 장관은 다소 헤지펀드 트레이더다운 시각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한 뒤 한 TV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현재의 수익률이 기초적인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베선트 장관은 취임한 뒤에도 기존과 같은 국채 발행 패턴을 조용히 유지했습니다. 이제 그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천명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미국은 결국 단기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확정급여형 연금제도 같은 장기 국채의 주요 매수자들이 점점 중요성을 잃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이 지금 하려는 일은 그것이 아닙니다. 이번 국채 재매입은 계속 상승하는 국채 수익률에 맞서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시도에 불과합니다.
7월 베선트 장관은 일본과 함께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공동 시장개입을 추진하면서, 그 개입이 미국 국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짰습니다. 개입에 필요한 자금은 유로화를 매각해 마련했습니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논의되고 있는 방안인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달러 스와프 라인을 개설한다면, 미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UAE의 국부펀드가 금융시장이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국채를 매각할 필요가 없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 1년 동안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도 모기지를 묶어 증권화하는 정부 지원기관으로서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늘렸습니다. 이는 모기지 금리를 낮추기 위한 조치로 보이며, 이들 기관의 공격적인 수장인 빌 풀트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에 대한 지원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당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고 있던 상황에서 미국이 페소화를 지원한 것은, 베선트 장관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미국의 막강한 금융력을 기꺼이 활용하려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였습니다.
베선트 장관의 조치가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중간선거가 치러질 때까지는 국채 수익률을 조금 낮추기에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최근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재무부가 국채시장을 노골적으로 정치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베선트 장관에게는 시장이 수익률 상승의 압력을 해소할 다른 수단도 있습니다. 국채 재매입 발표 이후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고(차트 4 참조), 반면 금값은 급등했습니다. 두 현상 모두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물론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일부 MAGA 진영 인사들은 달러 약세를 반길 수도 있습니다. 달러가 약해지면 미국의 수출품 가격이 낮아지고 제조업을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입품 가격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베선트 장관은 약달러를 선호하는 진영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약달러를 의도한 계획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결국 국채 수익률 하락과 달러 약세가 결합하면 경제에 부양 효과가 나타나며, 이는 기준금리 인하와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정치적 계산이 어떻든 간에, 현재 미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그런 조치가 아닙니다.
시장은 오히려 연준이 9월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쪽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 5년 동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2%로 낮추는 데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취임 후 첫 몇 달 동안 자신의 생각을 일부러 모호하게 밝히려 했던 그의 태도 자체가 국채 수익률을 다소 끌어올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재무부의 완화적 움직임과 연준의 긴축적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묘한 통화정책 줄다리기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높은 금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왔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국채 수익률을 낮추도록 시장에 압박을 가하는 것(jawbone)이 시장의 반발에 부딪히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상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더 깊이 개입할수록 워시 의장에게 가해지는 압박도 커집니다.
베선트 장관의 시장 개입에는 그의 거시경제 트레이더 출신 경력,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경제관, 그리고 중간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계산이 반영돼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트럼프식 일탈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각국의 부채 상황이 악화될수록 시장에 손을 대려는 유혹은 더욱 커집니다. 일본이 엔화와 자국 국채시장에 끊임없이 개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치인들이 예상 밖으로 과감한 재정적자 축소에 나서거나, AI로 인해 엄청난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미국은 늘어나는 정부부채를 조달하기 위해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은 미 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채권시장을 안정적이고 정치와 무관한 시장으로 보지 않게 된다면, 그 차입 비용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베선트 장관과 그의 뒤를 이을 ‘채권 세일즈맨’들이 시장에 손을 댈 때마다, 자신들이 팔아야 할 상품을 점점 더 팔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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