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일부 국가 정부에서는 자국내 석유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로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가가 올라 물가가 상승하면 미국의 집권당의 선거 성적이 항상 무참했던 만큼 트럼프도 유가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역시 석유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개연성도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석유 수출을 통제하게 되면 그 후과가 매우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2020년에 1940년대 이후 처음으로 순수 석유 수출국이 되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 성과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석유 수출 정책을 채택하면 미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들을 압박해 해군 호위 작전을 구성하려 했고,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감독했으며, 심지어 유가를 낮추기 위해 석유 선물 매도까지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에 근접해 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2월 27일 갤런당 2.90달러에서 거의 4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시도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석유 수출 중단입니다.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 공식적으로 검토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3월 말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120달러에 도달하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50달러에 가까워질 수 있어, 중간선거를 몇 달 앞둔 상황에서 국내 공급을 묶어두려는 유혹은 커질 것입니다. 세계 3위 석유 수출국이 수출을 중단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규제가 원유에만 적용되는지, 정제 제품에만 적용되는지, 아니면 둘 다에 적용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원유 수출 금지가 시행될 경우 하루 400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 수출이 국내에 묶이게 됩니다. 이는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9%에 해당하며, 미국 내에는 막대한 공급 과잉이 생기는 반면 유럽과 아시아 등 주요 수입국은 공급 압박을 받게 됩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자니브 샤는 이것이 미국 기준 유가인 서부텍사스산원유와 브렌트유 간의 큰 가격 격차를 만들어내며 세계 석유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조치는 미국 정유업체들에 값싼 원유를 제공하게 됩니다. 다만 이 원유는 그들이 선호하는 종류는 아닙니다. 미국 정유시설은 점성이 높고 황 함량이 많은 중남미산 ‘중질·고유황 원유’를 처리하는 데 더 적합하며, 이는 디젤과 항공유를 많이 생산합니다. 반면 미국산 원유는 가볍고 황이 적어 휘발유 생산 비중이 더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정제 마진 덕분에 정유업체들은 설비 조정 비용을 정제 제품 수출로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결과 미국 내 휘발유 공급이 넘쳐나면서 주유소 가격은 하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남는 휘발유는 곧 해외로 수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미국은 중질 원유를 처리해 생산하던 디젤과 항공유가 부족해지며, 이미 공급이 부족한 세계 시장에서 이를 두고 경쟁해야 합니다. 이들 가격은 급등할 것입니다. 정제 제품 수출만 금지하는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연료 수출의 대부분(하루 270만 배럴)을 받아온 중남미 국가들은 빠르게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입니다. 이미 걸프 지역으로부터 디젤 공급이 부족한 유럽도 이중의 압박을 받게 됩니다.
미국 내에서도 가격 왜곡이 심해질 것입니다. 정유시설이 밀집한 중서부와 걸프 연안 지역은 더 저렴한 연료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구가 많은 동부 해안은 유럽에서 휘발유를 들여오고, 국가 파이프라인망과 연결되지 않은 서부 해안은 주로 아시아와 중동에서 수입합니다. 이 두 지역에서는 가격이 계속 높게 유지될 것이며, 특히 교역 상대국들이 보복으로 수출 제한을 도입할 경우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려면 막대한 물량을 해상 운송해야 하며, 이미 매우 높은 운임은 더욱 상승할 것입니다.
한편 국내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은 원유 가격 상승과 제품 가격 하락 사이에서 크게 압박받을 것입니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의 마이클 헤이그는 대부분의 정유업체들이 몇 주 내에 생산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가격 하락 효과를 약화시킬 것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 에너지 자문이었던 밥 맥낼리는 이렇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 원유와 정제 제품 수출을 모두 금지하면 정유업체의 이익을 보호할 수는 있지만 이는 세계 경제를 질식시키고 그 충격은 결국 미국으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더 나쁜 점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공급국이라는 평판을 무너뜨려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3차 걸프전(미국 이란 전쟁) 당장 끝나도 에너지 시장 정상화에는 4개월 소요? (0) | 2026.03.24 |
|---|---|
| 중국 AI 열위 극복할 최대 무기는 전력 경쟁력, 미국이 인공지능 패권 장담할 수 없는 이유 (1) | 2026.03.19 |
| 전쟁에 가려진 또 다른 금융 위기의 징후 - 기업 부채 (feat. 사모대출) (1) | 2026.03.16 |
| 미국-이란 전쟁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러-우 전쟁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1) | 2026.03.10 |
| 미국 전기요금 상승에 빅테크 때리는 트럼프, 실상은 빅테크보다 트럼프가 더 문제? (0) | 2026.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