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청렴도가 높다는 싱가포르의 실제 부패 지수는 얼마나 될까? 화제가 된 논문의 해프닝이 말해주는 진실은?

rockfish 2026. 10. 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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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싱가포르를 두고 청렴도가 높은 나라라는 평가를 내리곤 합니다. 인권이나 개인의 자유도는 선진국들보다 뒤처지지만 질서나 공무원들의 청렴도는 매우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 논문이 싱가포르 사회에서 공무원 사회의 부패 논란을 야기한 모양입니다. 다만 이 논문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해트닝들은 실제로는 공무원 사회의 부패보다는 또다른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호에서 "불안해하는 교수들이 부패한 관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이것 역시 일종의 부패"라고 지적했습니다. 

 


85쪽에 달하고 수식으로 가득한 경제학 논문이 대중의 감정을 자극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경제학자 토마시 피스코르스키(Tomasz Piskorski), 아미트 세루(Amit Seru), 장젠(Jian Zhang), 천자오(Chun Zhao) 등 4명이 작성한 새로운 워킹페이퍼가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9년 사이 싱가포르의 공무원들은 비교 대상 집단에 비해 계획은 발표됐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MRT(도시철도) 역에서 1km 이내에 있는 민간 아파트를 매입할 가능성이 60% 더 높았습니다. 이후 해당 아파트를 매각한 공무원들은 매입한 집을 1년 보유할 때마다 다른 지역의 비슷한 아파트 소유자들보다 약 8만 싱가포르달러(6만2,000달러)를 더 벌었습니다. 싱가포르의 장관들이 후한 보수를 받는 가운데 최대 9%의 급여 인상을 받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이 논문이 발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한 누리꾼은 “빙산의 일각인가?”라고 불평했습니다.

9월 25일 싱가포르 정부는 새롭게 드러난 ‘통계적 패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실제 ‘비위 행위(actual misconduct)’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논문은 학계에서도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논문의 감사의 글에는 20명의 학자가 이름을 올렸는데, 그 가운데는 하버드대의 리성우(Shengwu Li)도 있었습니다. 리 교수는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이자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 리콴유(Lee Kuan Yew)의 손자입니다. 그는 최근 싱가포르 정부를 거침없이 비판해온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례적으로 싱가포르국립대(NUS) 교수 두 명인 이반 핑(Ivan Png)과 제시카 팬(Jessica Pan)은 감사의 글에 자신들의 이름이 잘못 들어갔다며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런 논란은 다소 의외입니다. 논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싱가포르를 실제로 그렇게까지 심하게 비판하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논문의 출발점은 정부가 한 사회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혹은 얼마나 정직한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부패에 대한 태도를 묻는 설문조사나 간혹 발생하는 부패 사건 등을 통해 신호를 얻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료는 모두 잡음이 많습니다. 특정 사건이 사회 전반의 부패를 반영할 수도 있고, 단순한 예외적 사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부패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보다 명확한 신호입니다. 정부는 법 집행을 강화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관료들은 부정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적발될 위험을 다시 계산하게 됩니다. 관료들이 집단적으로 내리는 선택은 사회의 정직성 규범이 얼마나 강한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정직성 규범이 강화되고 부패의 신호가 줄어들면 정부는 법 집행을 완화할 여지가 생기며, 반대의 경우에는 그 반대가 됩니다.

이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논문은 2011~2012년을 전후한 시기를 분석합니다. 당시 싱가포르는 부동산 매입 의혹과는 무관한 여러 스캔들이 발생하자 법 집행을 강화했습니다. 그중 특히 추잡한 사건 하나는 한 공무원이 기밀 조달 정보를 성관계의 대가로 넘긴 일이었습니다. 연구진은 2011년 이후 공무원들이 정보를 활용해 영리하게 주택을 매입했다는 증거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말해 정직성 규범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보다 강력한 법 집행이 정직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세루 교수는 “우리는 이 논문을 싱가포르에 대한 고발장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연구를 둘러싼 소동은 싱가포르의 학문적 풍토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싱가포르 집권당을 비판하던 셰리언 조지(Cherian George)가 난양공과대학에서 사실상 ‘강제 퇴출’을 당했다고 말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는 정년보장 심사위원회의 권고에 반하는 결정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두 차례 정년보장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핑 교수와 팬 교수의 반응은 이 논문과 연관되는 것 자체가 자신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느꼈음을 시사합니다. 팬 교수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핑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언론과 일반인들이 감사의 글에 이름이 올라간 것과 그 논문의 결론을 지지하거나 동의하는 것을 혼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불안해하는 교수들이 부패한 관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문제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일종의 부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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