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한 전방위적 경제 압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압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개 회의적 시각이 많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25일 "이란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미국의 계획은 또 한 차례의 전투를 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을 시작한 지 거의 6개월이 지났습니다. 당시 그는 미국의 군사력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폭격이 실패하자 이번에는 당근책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6월 미국은 이란 지도자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핵무기 개발 야심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접근법 역시 실패했습니다. 이제 미국은 이란 경제를 짓밟아 정권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이 노력을 ‘경제적 D데이(economic D-Day)’라고 불렀습니다. 8월 24일에는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가 그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줄곧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때 이란 정권에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핵 프로그램을 압박하는 이른바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제 베선트 장관은 ‘경제적 아웃캐스트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에 걸쳐 이란의 금융 연결망을 상대로 벌이는 경제적 총공세”라고 설명됐습니다. 말하자면 이번에는 ‘최대 압박 플러스’인 셈입니다. 미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에 대한 봉쇄를 강화하는 동시에, 이란의 교역 상대국과 이란 정권의 자금 이동을 돕는 기관들에 대한 압박도 높일 것입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위협이 실제 행동보다 말에 더 치우쳐 있습니다. 각국이 미국의 요구에 즉각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정책은 더 광범위한 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란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리알화 가치는 올해 초 이후 달러 대비 거의 절반이나 떨어졌습니다. 베선트 장관의 발표를 앞두고 리알화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쟁으로 이란 산업의 상당 부분이 파괴됐습니다. 정유시설이 입은 피해로 연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주유소에는 긴 줄이 늘어서고 있습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실업률은 9.1%로,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비공식 추정치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88%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권은 식품 바우처를 지급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이란 정권의 주요 수입원인 석유 수출이 붕괴했습니다. 8월 20일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석유 수출이 “제로로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무역정보업체 켈러(Kpler)에 따르면 이란은 여전히 해협 바깥의 선박에 약 8,0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평소 석유 수출로 얻는 수입의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경제적 궁핍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군인들이 더 이상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면 무기를 내려놓고, 그 결과 정권이 붕괴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과의 교역을 줄이기를 원하는 국가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몇몇 국가는 눈에 띕니다.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중국은 기존 미국의 금수조치를 위반하면서 이란산 원유를 시장가격보다 배럴당 7~12달러 낮은 가격에 사들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량 가운데 약 90%를 사들이고 있는데, 미국의 추산에 따르면 이 수출은 지난해 이란 정권 예산의 거의 절반을 조달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어느 나라보다 많은 양의 상품을 이란에 수출합니다. 2024년 이란 전체 수입의 약 30%를 UAE가 공급했습니다. 또한 UAE에는 이란 정권이 제재를 회피하는 데 이용하는 환전소와 비공식 금융기관(shadow banks) 네트워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는 이러한 기관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달라고 UAE 지도자들에게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만 이란에 경제적 고통을 가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몇 달 동안 UAE는 이란의 태도에 강경했던 입장을 누그러뜨리고 있었습니다. 전쟁 초기에 이란의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란과의 교역을 재개하고 이란인 거주자들의 귀국도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8월 18일 UAE는 이란 정권이 자국 선박을 공격한 이후 이란과의 모든 무역 및 금융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UAE를 “매우 훌륭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꺼릴 것입니다. 중국은 새로운 제재가 세계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으며, 자국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미국은 이전에도 이란의 석유 거래에 관여하는 중국 기업들을 겨냥한 적이 있습니다. 4월에는 중국의 정유업체 헝리(Hengli)에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미국 당국은 헝리가 수십억 달러어치의 이란산 원유를 구매했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추진하고 있는 외교적 접근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 Bourse and Bazaar의 에스판디야르 바트망헬리지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중국 기업을 겨냥하기 시작한다면, 더 이상 이란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 문제가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 수위를 11까지 끌어올린다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란 지도자들은 자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8월 20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경제성장이 없다면 이란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에 지난 6월 미국이 제안했던 양해각서(MoU)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MoU는 전투를 종식하기 위한 틀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이란을 세계 경제에 다시 편입시키겠다는 약속도 담고 있었습니다. 바트망헬리지는 이란이 “제재가 계속되는 탓에 상당한 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하는” 북한과 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란 정권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갈리바프 의장은 경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소셜미디어에서는 미국의 계획을 조롱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란의 강경파 국가안보보좌관인 모흐센 레자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전쟁 위협을 “선전”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니라는 듯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그가 예전에 하지 않았던 것 중에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란은 복잡한 무역·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해왔으며, 미국이 이를 감시하고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정권에 가장 위험한 상황은 추가적인 경제적 고통으로 인해 지난 1월 발생했던 것과 같은 시위가 다시 일어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이란 정권은 반정부 움직임을 억누르기 위해 시위 참가자들을 공개적으로 처형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경제적 강압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이란 지도자들을 오히려 더욱 대담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란 지도자들이 이를 자신들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이 실패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경우입니다. 이들은 걸프 지역 곳곳의 군사기지와 에너지 시설에 새로운 공격을 감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레자이는 미국과 협력하는 어떤 국가든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은 이라크와 같은 주변국에 대해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라크는 이란산 가스를 구매하고 있으며, 이란이 지원하는 여러 무장 대리세력의 거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카드도 있습니다. 베선트 장관의 발표가 있기 불과 몇 시간 전,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한 약 50척의 선박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압류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마도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란 정권이 고통을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잘못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 4월 베선트 장관은 미국의 호르무즈 봉쇄가 이란의 석유산업을 빠르게 파괴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란이 여전히 적대국에 타격을 가할 능력을 갖고 있는 한,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란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미국의 계획은 또 한 차례의 전투를 피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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