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이란-미국 전쟁, 점차 이란에 유리해지나?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손 안에

rockfish 2026. 8. 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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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미국의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양새입니다. 

 

절대적 피해를 따지면 이란이 압도적으로 큰 손해를 입었겠지만 이 전쟁의 승기를 미국이 잡았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합니다. 실제로 이란의 주도권이 점점 커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 배경엔 호르무즈 해협이 있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4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은 이번 전쟁이 끝난 뒤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수년 동안 세계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고 우려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5개월간의 전쟁은 이란 지도부에게 자신들이 이미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깨닫게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리적 위치와 군사력입니다.
이란은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교통로입니다. 이 생명선을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란에 적대국들을 상대로 막강한 협상력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란의 적대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지난 5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카드"라고 말했습니다. 걸프 국가들은 대체 수출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라크·시리아 특사인 톰 배럭은 "2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은 별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가 전문가 인터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는 다릅니다. 첫째, 이란의 위협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품목과 국가에 따라 다릅니다. 둘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설령 통행료 수입이 감소하더라도 이란의 전략적 영향력이 함께 약화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역내 영향력이 제도화되면서 더욱 강화될 수도 있습니다.

 


전쟁 이전에는 하루 약 1,60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원유는 비교적 우회가 쉬운 품목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연안 얀부까지 연결되는 동서 송유관을 통해 전쟁 전 하루 100만 배럴을 수출했지만, 현재는 최대 수송 능력인 하루 700만 배럴을 모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약 500만 배럴은 수출되고 나머지는 연안 정유시설로 공급됩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합샨-푸자이라 송유관을 최대 용량으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전쟁 전 하루 100만 배럴을 운송하던 이 송유관은 현재 하루 180만 배럴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이라크-터키 송유관을 통해서도 하루 약 20만 배럴이 운송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원유 수출 부족분은 하루 약 1,000만 배럴로 줄어듭니다. 여기에 앞으로 건설될 신규 송유관까지 더하면 상황은 더욱 개선됩니다. UAE는 2027년 말까지 기존 송유관과 나란히 하루 180만 배럴 규모의 신규 송유관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이라크는 기존 송유관을 하루 100만 배럴 규모로 확장하는 한편, 남부 유전과 요르단·시리아·터키를 연결하는 하루 250만 배럴 규모의 신규 송유관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30년에는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수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원유는 대체 수출 경로가 없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대책이 완벽한 해결책도 아닙니다. 이라크의 송유관 사업은 치안 불안과 국가 간 갈등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계획만 발표되고 실제로 건설되지 못한 송유관도 적지 않습니다. 얀부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유조선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위험에 노출됩니다. 수에즈 운하와 이집트의 수메드 송유관 역시 대안이지만, 실제로 7월 29일 수에즈 인근 다미에타 항에서는 유조선이 드론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란이나 이란의 대리세력이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는 신규 인프라를 공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동 정책을 담당했던 바버라 리프는 분쟁이 협상으로 마무리될 경우 공격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지만,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보험료와 자금 조달 비용은 계속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유보다 더 큰 문제는 정제 석유제품입니다. 걸프 국가들은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하루 약 500만 배럴의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수출했지만, 이를 육상으로 대체할 송유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동서 송유관 확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며, 얀부 항의 처리 능력 확대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이라크는 하루 1,000대의 트럭으로 연료유를 시리아에 보내고 있으나 운송 속도가 느리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새로운 정유시설을 걸프 지역 밖에 건설하는 데에는 송유관보다 더 긴 시간과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필요합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LNG입니다. 거의 전적으로 카타르가 수출하는 LNG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전혀 없으며, 타당성 조사조차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카타르가 오만까지 가스관을 건설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는 과거 러시아 노르트스트림이 유럽에 공급했던 수준의 막대한 물량을 운송해야 합니다. 더욱이 현재의 LNG 액화시설 전체를 아라비아해 연안에 새로 건설해야 하는 만큼 현실성은 매우 낮습니다.
다만 희망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에너지 수입국은 시간이 지나면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몇 년간 높은 유가가 이어질 경우 미주 지역을 비롯한 다른 산유국에서 하루 200만~300만 배럴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며, 중국 정유시설에도 상당한 여유 생산능력이 있습니다. LNG 시장 역시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생산 능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10년이 끝나기 전에는 이란이 세계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걸프 국가들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 수출뿐 아니라 수입도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걸프 국가들은 곡물의 약 95%를 해외에서 수입하지만 대규모 곡물 하역 시설을 제대로 갖춘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뿐이며, 그 규모도 지역 전체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곡물이나 철광석, 보크사이트 같은 벌크 화물을 육상으로 운송하는 것도 현실성이 낮습니다. 파나막스급 화물선 한 척은 약 6만 톤의 곡물을 실을 수 있는데, 이는 트럭 약 2,000대가 운반해야 하는 양입니다.
철도망 확충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호주의 광산 철도 사례를 보면 건설 비용은 ㎞당 1,200만~1,5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홍해에서 카타르까지 철도를 연결하려면 25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걸프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4~6개월치 전략 곡물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신선식품·의약품·가전제품 같은 컨테이너 화물에는 이러한 비축 체계가 없습니다. 중동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UAE 제벨알리항은 연간 약 2,000만 TEU를 처리할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해협 바깥 최대 항만인 사우디 제다항은 연간 750만 TEU 규모에 불과하며, 전쟁 이전부터 거의 최대 처리 능력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석은 이란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 무기로 활용하면서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걸프 국가들의 의존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통행료를 둘러싼 대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카타르는 일시적인 통행료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다른 국가들은 보다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UAE도 이란과의 교역을 재개하고 외교 대화를 시작하는 등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있습니다.
한 이란 국회의원은 지난 6월 선박 한 척당 150만~200만 달러의 통행료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전쟁 이전의 70% 수준으로 통행량이 회복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35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현실성이 낮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선박 운항이 정상화되면 강압적으로 부과하는 통행료는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이란 의회에 제출된 법안은 화물량과 화물 가치, 선박 종류를 기준으로 통행료를 책정하되, 우회 운송 비용보다 비싸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입법안은 이란 영해에서는 톤당 3유로, 국제수역에서는 톤당 2유로의 평균 통행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란의 연간 수입은 보다 현실적으로 20억~3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회 수송 능력이 늘어날수록 통행료 수입은 감소하겠지만, 모든 선박이 같은 속도로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원유 유조선은 비교적 빠르게 통행료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석유제품·LNG·벌크 화물선은 앞으로도 수년간 높은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제도가 지속되려면 해운회사들이 통행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통행료가 예측 가능하고 전쟁 위험 보험료보다 저렴하다면 많은 선사가 비용을 낼 것입니다. 그러나 선박들이 돈을 내지 않고도 반복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면 이 제도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란은 통행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의 평화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통행료를 내지 않는 선박을 공격해야만 제도의 실효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편 이란의 목표는 단순히 통행료 수입을 극대화하는 데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해운 전문지 『로이즈 리스트』의 리처드 미드는 이란의 전략적 목표가 국제 해운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문지기' 역할을 공고히 하는 데 있다고 분석합니다. 더 나아가 이란은 오만과의 양자 협력 체계나 새로운 해상 서비스 체계, 또는 선박 운항 허가제 같은 장기적인 통치 구조를 구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쟁은 이란이 핵무기 없이도 세계 경제를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전략적 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은 이번 전쟁이 끝난 뒤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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