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대표주자가 쉬인이었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예전만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25일 쉬인 관련 기사를 다루며 "한때 막강했던 기업이 기대했을 법한 상장 데뷔와는 거리가 한참 먼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쉬인(Shein)은 거침없이 성장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데이터와 정교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패션 트렌드를 포착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낸 뒤, 중국 내 공급업체 네트워크가 이를 헐값에 생산하도록 하는 독특한 사업 모델이 서구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인들은 쉬인 앱에서 3달러짜리 블라우스와 5달러짜리 치노 팬츠를 끝없이 넘겨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2022년, 본사를 난징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한 직후에는 비상장 투자자들로부터 기업가치 1,000억 달러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8월 31일 쉬인은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보도에 따르면 기업가치는 고작 27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 실적도 극적으로 악화됐습니다. 2024년 매출은 390억 달러로 전년보다 21%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에는 매출 증가율이 불과 8%로 떨어지며 420억 달러에 그쳤고, 2026년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고작 1%에 머물렀습니다. 2024년 34억 달러에 달했던 순이익은 이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쉬인의 사업 모델은 의심할 여지 없이 혁신적이었습니다. 상장 신고서에 따르면 쉬인은 200만 종이 넘는 서로 다른 의류 상품을 판매하며, 매일 4,700개의 신상품을 추가합니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쉬인의 고객은 2억8,000만 명에 달합니다. 중국에서는 쉬인이 상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이 고객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네 번 주문합니다. 이는 쉬인 제품의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소비자가 이를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사업 모델의 성공은 모방 업체들의 등장을 부추겼으며, 이것이 쉬인이 점점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 한 가지 이유입니다. 2022년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PDD는 미국에서 쉬인과 유사한 사업인 테무(Temu)를 출범시켰습니다. 이어 2024년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아마존이 자체 초저가 상품 서비스인 하울(Haul)을 출시했습니다. 한편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도 틱톡 숍(TikTok Shop)을 통해 전자상거래 사업을 확대해왔으며, 미국 내 매출에서는 이미 쉬인을 추월했습니다.
쉬인의 매출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아마도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지난해 이른바 ‘최소 면세 기준(de minimis rule)’이라는 세금상 특례가 폐지된 것일 것입니다. 이 규정에 따라 일정 금액 이하의 소포는 관세를 내지 않고 수입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더 높은 관세까지 겹치면서, 특히 미국에서 쉬인의 사업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쉬인이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의 비중은 2023년 거의 30%에서 올해 첫 3개월에는 약 23%로 떨어졌습니다.
쉬인은 이에 대응해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인도의 대기업 릴라이언스와 제휴를 맺고 인도에서 의류를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쉬인은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을 인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쉬인의 상장 신고서에는 공급망 다변화에 관한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중국 당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일 수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쉬인의 디지털 사업 가운데 어느 정도가 해외에서 운영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제조업 일자리마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쉬인은 수년 동안 여러 증권거래소를 물색해왔습니다. 당초 계획은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었지만, 미국 의원들이 쉬인의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자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쉬인은 이후 런던 증시 상장을 추진했고, 지난해 4월에는 영국 금융당국의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런던 상장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결국 홍콩으로 방향을 틀게 됐습니다.
상장을 추진하기 시작한 이후 쉬인의 기업가치가 급락하면서,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에게 합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았습니다. 한때 막강했던 기업이 기대했을 법한 상장 데뷔와는 거리가 한참 먼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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