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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는 한국에 위협이 될까? 핵심은 설계보다 제조 역량

rockfish 2026. 7. 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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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AI 경쟁에서 미국과 자웅을 다툴만큼 강력한 역량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미국보다 크게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제조 역량에서는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이 많기도 합니다. 많은 산업에서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도태됐고 그나마 조선업 정도에서 점유율은 내주되 기술에서 앞서는 전략으로 나름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AI의 핵심 부품이자, 제조업에서 향후 한국 업체들가 경쟁이 심해질 수도 있는 분야입니다. 

 

그러면 중국의 반도체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영국 시사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8일 "중국은 아직 반도체 제조 기술의 최전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진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달 반도체 업계의 주요 인사들이 연례 전시회인 컴퓨텍스(Computex) 참석을 위해 타이베이에 모였을 때, 모든 대화는 두 가지 주제로 모아졌습니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AI)이었습니다. AI는 반도체 산업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산업 가운데 하나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두 번째는 중국이었습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은 행사장 전체를 짙게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컴퓨텍스가 열리기 일주일 전, 중국의 대표 기술기업인 화웨이는 최신 서방 반도체 제조 장비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개의 회로층을 하나의 칩에 적층해 성능을 높이는 새로운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신뢰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홍콩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약 130% 상승하며 미국의 유사한 반도체 지수와 비슷한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인터넷 대기업인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각각 반도체 설계 사업을 분사할 계획이며,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CXMT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자급자족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현재 업계 최대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는 오늘날 AI 모델을 학습하고 구동하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즉 '컴퓨트(compute)'가 기술 패권의 핵심 자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25년 말 기준 중국의 컴퓨트 역량은 미국의 약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이 격차를 줄이려면 칩을 설계하는 능력과 이를 실제로 생산하는 능력이라는 서로 다른 두 분야를 모두 확보해야 합니다. 중국은 설계 분야에서는 놀라운 진전을 이뤘지만, 제조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과거 중국은 반도체 설계에서 크게 뒤처져 있었습니다. 2023년까지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지배했던 엔비디아는 중국 AI 칩 수요의 약 90%를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 규제가 상황을 바꿔 놓았습니다. 미국이 2022년 10월 첨단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한 이후 미국의 정책은 여러 차례 변화했지만, 중국의 대응은 일관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합법적으로 구매가 가능한 경우에도 자국 기업들이 외국산 칩 대신 국산 칩을 사용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에는 사실상 보호된 내수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자체 AI 프로세서를 설계하기 시작했고, 캠브리콘(Cambricon) 같은 신생 기업들도 제한된 경쟁 환경 속에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올해 중국 AI 칩 시장 지출의 약 80%는 중국 기업들이 설계한 칩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베른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칭위안 린은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더 크게 키워준 셈"이라고 농담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내수시장 규모는 자체 반도체 산업을 충분히 뒷받침할 만큼 큽니다. 중국의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은 앞으로 3년 동안 AI 인프라 구축에 4,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당 부분이 컴퓨트 확보에 사용될 것입니다. 중국 정부 역시 향후 5년간 데이터센터 건설에 약 2,9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재도 풍부합니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설계 인력 상당수는 과거 엔비디아와 AMD 같은 미국 기업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카일 찬은 이제는 작은 스타트업도 반도체 설계팀 전체를 채용할 수 있을 만큼 인재 풀이 충분히 커졌다고 평가합니다.

중국의 설계 인력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다양한 방법도 찾아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식은 물량 공세입니다. 화웨이의 클라우드매트릭스(CloudMatrix)는 자사 AI 칩인 어센드(Ascend) 프로세서 384개를 연결해 엔비디아의 최신 AI 시스템과 경쟁합니다. 물론 전력 소비는 4배 이상 많습니다. 또 다른 전략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더욱 긴밀하게 통합하는 것입니다. 지난 4월 중국 AI 기업 딥시크는 화웨이 칩에 최적화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공개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연산 정밀도를 낮춰 성능을 높이는 FP8 데이터 형식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엔비디아의 가장 큰 경쟁력인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체 플랫폼인 CANN은 엔비디아 칩에서 화웨이 칩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한 중국 AI 스타트업 창업자는 과거 엄청났던 소프트웨어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베른스타인에 따르면 화웨이의 최고 성능 칩인 어센드 910C는 약 4년 전 출시된 엔비디아 H100의 성능 가운데 약 8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산 AI 칩들은 대부분 엔비디아가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성능이 제한된 제품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로 기존 AI 모델을 실행하는 추론(Inference) 용도로 사용될 뿐, 최첨단 AI 모델을 처음부터 학습시키는 고난도 훈련(Training) 작업에는 아직 활용이 제한적입니다.

 

남아 있는 가장 큰 격차는 설계가 아니라 제조입니다. 최고 성능의 AI 칩을 만들려면 가장 첨단의 생산 공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들은 TSMC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 공정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7나노미터 이하 공정을 안정적으로 양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최첨단 공정은 3나노미터 이하 수준입니다. 심지어 비교적 성숙한 공정에서도 생산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 결과 중국의 AI 프로세서 수요는 자체 공급 능력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리서치 업체 시트리니리서치(Citrini Research)의 애널리스트 '제퍼(Zephyr)'는 중국 기업들이 부족한 AI 칩을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를 임대하거나 밀수입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첨단 메모리 역시 중요한 병목입니다.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현재 미국의 마이크론과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 기업이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 규모는 세 배 증가한 연간 39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수요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상당 부분은 구형 반도체 생산용이지만 일부는 첨단 공정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나우라(NAURA)와 AMEC 같은 중국 기업들은 화학 증착, 식각, 웨이퍼 세정 등 핵심 공정 장비에서 경쟁력 있는 국산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HBM 분야에서도 진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리서치 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의 글로벌 HBM 생산 비중이 현재 거의 0%에서 2028년에는 약 1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은 여전히 EUV 노광장비라는 벽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미세 회로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EUV 장비는 아직 중국이 자체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수년 동안 ASML의 구형 심자외선(DUV) 장비를 사용해 왔지만, 이를 대체할 국산 EUV 장비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EUV 장비가 실용화되기까지 약 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DUV 장비만으로 성능을 높이는 우회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멀티 패터닝(Multi-patterning)입니다. 하나의 웨이퍼를 여러 차례 반복 노광해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비용이 증가하고 생산 속도가 느려지며 불량률도 높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첨단 패키징입니다. 상대적으로 구형 공정으로 만든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해 성능을 높이는 기술입니다. 컴퓨텍스 직전 화웨이가 공개한 기술 역시 기존 DUV 장비만으로 최첨단 칩에 가까운 성능을 구현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중국은 아직 반도체 제조 기술의 최전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진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되자 애플은 미국 정부에 CXMT의 구형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만약 승인을 받는다면, 미국 기업이 미국 정부가 수년 동안 성장을 억제하려 했던 바로 그 중국 반도체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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