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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가 수소경제를 앞당긴다?

rockfish 2022. 11. 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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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과제인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탄소사회를 수소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수소사회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해 보입니다. 그런데 암모니아가 수소사회를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왜 암모니아일까요?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에 앞서 수소사회로 가는 길이 왜 멀고 험한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청정한 수소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높습니다. 수소 생산 비용이 낮아져야 수소가 보편화될 수 있는데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생산이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여러 곳에서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린수소의 경제성 확보는 시간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수소 생산 부문보다 저장과 운반 부문인지도 모릅니다. 이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상온에서 기체 상태인 수소는 중량에 비해 에너지 효율은 좋지만 부피 대비 에너지 효율은 매우 낮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너무 큰 부피 문제를 해결하려면 높은 압력으로 압축하는 게 한가지 방법입니다. 

 

그런데 수소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고압으로 압축하면 자칫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소 저장 용기는 고압력에도 견딜 수 있는 특수 용기여야 하죠. 탄소섬유와 같은 특수 소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탄소섬유와 같은 특수 소재로 만든 수소 탱크를 만드는 데는 비용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마저도 대용량으로 운반하려고 한다면 여전히 부적합합니다. 압축한다 해도 부피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또다른 대안으로 수소를 액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상온에서 기체인 수소는 섭씨 영하 253도 이하에서 액체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부피는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천연가스가 액화하는 기준점이 영하 162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보다 훨씬 까다로운 셈입니다.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당연히 에너지가 들어가는데 이 때문에 액화수소 저장용기나 운반수단 등은 에너지 효율이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비용도 추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암모니아가 필요한 게 바로 이 지점입니다. 

 

암모니아의   NH3로 질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보다 수소 저장 밀도가 더 높아서 동일한 부피에 액화수소보다 1.5배 더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암모니아의 액화 기준점은 영하 33도 입니다. 수소뿐 아니라 천연가수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일반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고 온도가 영하 23도까지 내려간다는데 이와 큰 차이가 없는 거죠.

 

이 정도면 암모니아의 매직인 셈입니다. 

 

암모니아는 비료를 만드는 데 주로 많이 쓰이고 있었던 물질인데요. 이미 활용한 역사가 길다는 뜻입니다.  20세기 초에 하버-보슈법이라는 공법으로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후 암모니아의 생산, 저장, 운반 인프라는 1세기 넘는 기간에 걸쳐 구축돼 지금에 이른 것이죠. 

 

다시 말해 지금 구축된 인프라를 확장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수소경제를 위한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새로운 소재로 탱크를 만들고 파이프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모양인 것이죠. 

 

물론 암모니아가 독성 물질이라는 점, 수소와 질소로 암모니아를 만들었다가 운반을 거쳐 최종 사용 시 다시 수소로 재추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 등은 단점입니다. 

 

하지만 일산화탄소처럼 무색무취한 성질로 목숨을 한 순간에 앗아가는 게 아니라 독한 냄새를 풍긴다는 점은 오히려 안전성을 높이는 요인일 수 있습니다. 또 수소를 재추출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래도 그게 단순히 수소를 운반해 쓰는 것보다는 경제적이라는 점, 또 암모니아 자체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 등도 감안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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