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국 소비자들은 왜 지갑을 닫을까, 소비자 신용대출 감소세가 시사하는 것은?

rockfish 2026. 10. 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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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에서 좋은 소식은 거의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요즘입니다. 

 

중국에서도 안 좋은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비자 신용대출이 줄고 있는데 이는 부실 채무가 늘어난 데 따라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는 까닭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15일 '또다른 중국 경제의 경고 신호: 줄어드는 소비자 신용대출'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중국의 절약적인 소비자들이 갈수록 더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가계대출은 올해 대부분의 기간 동안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9월 소비자 대상 단기대출은 전년 동월보다 8.3% 줄어 사상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8월 소비자대출 잔액은 중국이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시행하던 시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도표 참조). 10월 초 공휴일 기간에 중국인들이 축제를 즐기며 지출한 금액도 2025년 같은 연휴 기간보다 2% 감소했습니다. 중국 소매업체들이 실망할 만한 상황입니다. 팬데믹 이후 가계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애써 온 정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인들이 대출을 줄이는 이유 중 하나는 장기화된 부동산 시장 침체입니다. 주택 매매가 급감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신청도 줄어들었습니다. 주택 구매자 가운데는 여력이 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조기에 상환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의 사람이 받는 대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신중한 태도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 60%에 도달한 뒤 지난해까지 대체로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소폭 하락했습니다. (선진국 전체의 가계부채 비율은 7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소비자 신용대출이 감소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절약 성향이나 정부의 긴축적인 태도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내수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뒤늦은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 재정부는 지난해부터 자동차 신차 구입이나 주택 개보수처럼 큰돈이 드는 소비 항목에 대해 은행이 더 낮은 금리로 소비자 대출을 제공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이러한 대출을 내주는 데 점점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들을 탓할 수만도 없습니다. 중국의 대출자들이 점점 더 위험한 차입자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컨설팅업체 게이브칼(Gavekal)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인구의 10% 이상이 상환하지 못한 채무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전년도의 8% 미만에서 상승한 수치입니다.


이러한 보조금은 오히려 대출기관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고 있을 수 있습니다. 평범한 중국인들이 대출금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은행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커지는 만큼 소비자 신용대출 금리는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올라야 합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거부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들은 결국 대출 자산에 내재한 위험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해 대출 금리를 책정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상환 능력이 다소 불확실한 대출 신청자들을 더 많이 걸러내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위험을 더욱 꺼리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부실 소비자대출을 처분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은행들은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더 큰 투자자들에게 부실채권을 매각해 대차대조표의 부담을 덜어내곤 합니다. 투자자들은 대출 원금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채권을 사들인 뒤, 채무자들로부터 원금 전액을 회수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채무자가 돈을 내놓을 때까지 끈질기게 독촉하는 일이 흔합니다.

2021년 초 은행들이 연체된 소비자대출을 매각해 받을 수 있었던 평균 가격은 액면가의 약 30%였습니다. 이미 부실 위험이 확인된 채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습니다. 그러나 2026년 초에는 이 비율이 5%까지 급락했습니다.

이는 우려스러운 추세입니다. 소비자대출이 일단 연체 상태에 빠지면 빚을 갚을 의사가 있는 대출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는 다시, 다른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한 정부 정책의 의도치 않은 결과일 수 있습니다. 바로 수년간 채무자들을 괴롭혀 온 폭력배와 다름없는 채권추심 업체들을 단속하는 정책입니다.

중국의 채권추심 업체들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관련 규정이나 업계 지침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소규모 추심 업체들은 연체된 소비자대출과 신용카드 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중국에서 이른바 ‘소프트 폭력’이라고 부르는 수법에 자주 의존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수법으로는 ‘죽을 때까지 전화하기’가 있습니다. 채무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에게도 하루 수백 차례씩 전화를 거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채무자의 신용 기록을 가족이나 고용주에게 공개하기도 하고, 심지어 음란한 이미지를 만들어 채무자의 지인들에게 보내기도 합니다. 추심원들이 한밤중에 채무자의 집 앞까지 찾아오는 일도 흔합니다.

이러한 협박과 위협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채권추심 업체의 괴롭힘으로 인해 목숨을 끊은 채무자들의 이야기는 최근 몇 년 사이 안타까울 정도로 흔해졌습니다. 당국은 과거에도 가장 악질적인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채권추심 업체들의 과도한 행위를 억제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부당한 추심 행위를 막기 위한 전국 단위의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8월부터 채권추심 업체가 채무자에게 걸 수 있는 전화는 하루 최대 6통으로 제한됩니다. 가족과 친구에게 연락하는 행위도 금지되며, 한밤중에 채무자의 집을 방문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습니다. 채권추심 업체와 채무자 사이의 모든 상호작용은 녹음하거나 기록해야 합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소비자 부실채권 매각 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채권추심 단속을 연관 짓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규정은 채무자들을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채권추심 업체들이 애초에 괴롭힐 수 있는 채무자 자체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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