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기업의 상승세는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까? 팬데믹에서 뜬 씨젠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제약바이오의 고민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과정에서 어느 업종보다 큰 상승세를 보였던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아직 코로나 종식을 얘기하기는 이르지만 점차 극복해 가는 단계입니다. 코로나로 오히려 수혜를 봤던 바이오기업들에게는 미래 성장과 포스트코로나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6월12~18일 판에서 한국의 바이오기업들이 팬데믹보다 더 오래 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그 질문의 배경에는 코로나 시대에 바이오기업들이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는 점이 깔려있습니다.
씨젠이 예시로 제시됐는데요.
지난해 초까지 씨젠은 중소규모의 의료진단 공급기업이었습니다. 연 매출이 1300억 원 규모정도 됐던 것 같은데요.
지난해 1월27일 천종윤 씨젠 대표를 비롯한 동종업계 경영진들은 정부가 소집한 긴급 회의에 참석합니다. 당국은 그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테스트 제품을 생산해 줄 것을 요청하는데요. 당시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씨젠의 진단 키트는 규제기관의 승인을 거쳤고 코로나가 대구를 강타한 신천지발 코로나사태에서 씨젠도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당시 천종윤 대표는 "거의 모든 일들을 제쳐놓고 코로나에 집중했다"는 식의 얘기도 했습니다.
씨젠 직원들은 24시간 내내 일했고 회사 근처 호텔에서 쪽잠을 자다시피 하며 일했다는데요. 일손이 모자라 하룻밤새 직원을 채용하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이후 수백만개의 진단 키트를 여러 나라에 수출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씨젠의 매출은 1조 원을 넘겼고 순이익만 5천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씨젠뿐 아니라 다른 바이오기업들도 코로나가 호황을 가져다 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코스닥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 받는 기업 10개 가운데 절반은 바이오기업이라는데 2019년에 20%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인 셈입니다.
2020년에 코스피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10개 기업 중 2 곳은 바이오였다고 합니다.
한국의 바이오기업들은 진단 뿐 아니라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 생산도 하고 있습니다 . 대표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만들고요. 2월에 노바백스와도 계약을 맺었습니다.
3월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업공개를 했는데 10조 원대의 돈을 끌어 모았습니다. 상장 첫날 30%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었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을 생산하기로 했죠. 인천에 새로운 공장도 짓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세계 바이오시밀러의 3분의 1 위탁생산 능력을 갖추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한국의 제약 바이오업계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습니다. 거기에는 정부의 지원도 한 몫 했다고 평가됩니다.
역대 정부와 현정부는 세제혜택, 연구개발 여건 마련 등을 통해 산업을 육성했는데요. 이런 혜택들이 일부 효과를 발휘해 코로나 이전에도 제약 바이오업계의 성장률은 한국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의 2배 정도인 7%를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제약 바이오는 워낙 낮은 수준에서 출발했고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서 너도 나도 모방해서 뛰어드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됩니다.
한국의 바이오기업들이 내놓은 바이오기술 특허 가운데 이른바 대박을 친 사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된 셈입니다.
바이오기업들은 지난해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기술을 축적했다고 합니다. 이전 10년 동안 했던 것보다 더 많이요.
씨젠처럼 행운이 따랐던 기업들은 이익도 많이 얻었습니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덜 복잡한 기기를 통해 더 많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완벽한 진단 키트를 바라왔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진단키트야말로 고객을 늘릴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대형병원, 중소형 병의원, 일반 가정 할 것 없이 고객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겁니다.
천 대표는 "항상 그럴 계획이 있었지만 개발할 돈이 없었다. 이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바이오업계에 현금유입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에 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몇몇 투자자들은 이제 바이오기업들을 향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작년 바이오 주가가 고공행진을 한 뒤 다소 내림세로 전환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올해 초반 코스닥의 시총 톱10 가운데 6곳이 바이오기업이었는데 추가로 바이오기업 한 곳이 톱10에 합류했지만 기존 두 곳은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씨젠도 최고가(작년 8월경)에서 반토막 정도가 됐고요.
삼바나 셀트리온 등 바이오대기업들도 최고가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간단한 기술을 요하는 진단 키트 같은 제품군을 지닌 씨젠 등도 더 치열한 경쟁을 마주쳐야 합니다. 가령 스위스의 로슈 같은 초대형 기업들과 겨루게 되는 거죠.
스타트업들은 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업계 대부분 기업들은 숙련 노동자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기도 합니다.
코로나는 한국 바이오업계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진정한 도약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