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 중국에는 계획이 있다? 수출통제는 뚫리기 마련

rockfish 2025. 5. 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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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관세 협상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반가운 얘기이긴 한데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직도 불투명하겠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듯 합니다. 

 

이와 별개로 미중 사이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텐데요. 갈등의 핵심지점 중 하나는 AI 경쟁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AI 패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AI를 구동하는 데 필수적인 반도체를 사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 방법이 그리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하는 분석이 있습니다. 

 

영국 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중국이 고성능 엔비디아 칩을 여러 경로로 입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력한 단속보다 더 빠른 혁신이 해답"이라고 했습니다. 

 

4월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 시장에 변함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란 분명한 메시지를 표명했습니다. 이 때는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로 하여금 H20 프로세서를  중국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제재를 도입한 지 며칠 안지난 때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관련 정책들을 철회하고 있지만 자체적 규제를 통해 중국을 옥죄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때 미국은 가장 큰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중국과 AI 경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앞선 반도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중국의 발목을 잡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인공지능 프로세서의 성능은 두 가지 요소에 좌우됩니다. 하나는 연산 능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메모리 대역폭입니다. 

 

2022년 10월 바이든 행정부는 이 두가지 방면에서 중국의 도약을 막기 위해 미국 반도체를 중국에 파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이에 엔비디아는 중국 납품 모델의 성능 수준을 한계 이하로 하여 판매하는 것으로 대응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재차 규제를 강화해 연산 능력이 높은 치은 메모리 대역폭과 무관하게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엔비디아는 다시  H20으로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엔비디아 반도체가 중국 인공지능 개발업체들에게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림자 공급망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해외 데이터 센터에 접근하거나, 제 3의 중개업자를 활용하는 방식 등으로 고성능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인공지능을 구현할 고성능 반도체 통제가 왜 어려운지지 알아보기 위해 말레이시아의 한 도시 조호르의 사례를 살펴보면 좋습니다. 

 

조호르는 싱가폴과 가까이에 있는 말레이시아 남부 도시로, 팜유 농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조호르는 데이터센터의 허브가 돼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대와 전기료가 저렴한 데다 인허가 획득도 용이한 편이라고 합니다 . 그래서인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미국의 대형 클라우드 공급자들이 이 곳에 기지를 설치해 뒀습니다 .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프랑크에 따르면 조호르의 데이터센터 총 용량은 2021년 10메가와트에서 2024년 1500메가 와트로 확대됐습니다. 

 

조호르는 중국의 뒷문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바이트댄스(틱톡 소유주) 등의 중국 대기업들이 조호르에서 클라우드 용량을 임대해 쓰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클라우드 용량을 끌어다 쓰면서 한편으로는 중국에서 입수하기 어려운 반도체에 접근할 수도 있게 됩니다.

 

컨설팅업체 세미에널리시스는 조호르의 2027년 예정된 데이터센터 용량 중 거의 절반이 엔비디아의 AI프로세서를 탑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조호르에서는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미국의 규제 정책의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이는 실제 무역 통계로 뒷받침되는 추측입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 중 36억달러 상당의 그래픽 처리 장치는 말레이시아로 수출됩니다. 올해 3월에만 전월보다 3배 넘는 물량인 20억달러어치가 출하됐습니다. 

 

중국으로 곧바로 반도체를 공급하는 밀수업자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 제3국을 경유해 유통됩니다. 

 

2022년 수출 규제 1라운드 당시 중국이 차지하는 엔비디아 매출은 22%였는데 이 비중은 13%로 감소한 상황입니다. 동시에 싱가포르의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나 현재 전체 매출의 18%에 이릅니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엔비디아에서 2번째로 큰 시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엔비디아 측은 이런 변화가 의레 그럴 수 있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러 고객이 싱가포르를 통해 송장을 보내는데 대개 도착지는 법적으로 혀가되는 다른 지역입니다.  싱가포르 현지에 도달하는 물량은 채 2%가 안됩니다.

 

그런데 올해 2월 싱가포르 경찰은 3억9천만 달러 상당의 엔비디아 칩이 포함된 서버를 판매한 혐의로 3명을 체포했습니다. 검찰은 이 서버가 싱가포르 기업에 보내진 뒤 말레이시아로 재수출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종 도착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칩 수요에 따라 어둠의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입니다. 업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금지된 엔비디아 칩은 중개업자를 통해 30~50% 할증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유일한 목적지는 아닐 겁니다. 10월 미국은 몇몇 인도 기업을 제재 아래 뒀습니다. 이들 인도 기업이 제한된 칩들을 러시아로 재수출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 가운데는 제약회사인 쉬레이야 라이프 사이언스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는 특이한 형편에 있습니다. 

 

자신들은 미국의 수출 규제 정책을 준수하지만 방대한 수요처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의 고객으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대기업, 델, 슈퍼마이크로 등의 장비 제조업체 등이 있습니다. 엔비디아나 고객사들은 모두 자신들의 고객사를 심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최종 사용자를 검증하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합니다. 

 

. 트럼프 행정부도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새로운 통제를 시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접근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 같은 곳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잘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산언보안당국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동남아와 호주 등을 커버하는 수출 통제 담당인력은 한 명 뿐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금지 지역의 칩 비활성화 같은 기술적 해결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다만 엔비디아는 이런 제어는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일부에서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원격으로 칩의 위치를 추적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칩을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밀수나 우회 방식을 통해 이윤을 얻는 사람들은 결국 이익을 얻기 위해 허점을 발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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