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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의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의 특징

rockfish 2022. 10. 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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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화합물반도체에 관해 간략히 정리해봤는데요. 화합물반도체 사업은 파운드리업계에도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DB하이텍도 화합물반도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 한데요. 

 

먼저 DB하이텍의 파운드리 사업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파운드리 시장은 12인치 웨이퍼와 8인치 웨이퍼로 나뉩니다. 12인치 웨이퍼를 다루는 파운드리가 고부가가치를 내는 신식 기술이라고 한다면 8인치는 저부가가치 구식 기술이란 인식이 있습니다. 

 

12인치, 8인치는 말 그대로 웨이퍼 사이즈를 뜻하는데 12인치 웨이퍼로 작업할 때 생산량도 더 많고 칩 당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반도체기업 대부분이 12인치로 설비투자를 진행했습니다. 

 

게다가 8인치 웨이퍼는 90나노미터 이하로 반도체 선폭을 미세하게 만들 수 없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회로 선폭이 좁아져야 단위면적 당 생사량이 높아지고 정보를 담은 전자 이동속도가 빨라져 성능도 좋아지지만 8인치 웨이퍼는 원판 자체가 작아 한게가 있는 것입니다. 

 

12인치와 8인치 사업을 모두 하는 반도체회사들은 미세한 선폭의 고부가가치 로직반도체는 12인치 웨이퍼를 사용하고 있고 저부가가치 제품만 8인치 웨이퍼로 만듭니다. 8인치 파운드리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은 디스플레이구동칩, 이미지센서, 전력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유닛 등을 만듭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8인치 파운드리 기술은 한물 간 기술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이 12인치 파운드리로 재편되면서 반도체 장비업계도 12인치에 맞춰 장비를 생산하게 됐습니다. 8인치 장비는 구하기도 어렵게 된 것이죠.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과거 DB하이텍이 다소 박한 평가를 받았던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구식 기술에 머물러 있으면서 이렇다할 설비 투자도 별로 없었습니다. 12인치 신기술로 넘어가기는 커녕 8인치 파운드리를 증설하는 일에도 대단히 미온적이었습니다.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뜻밖에도 최근 괄목할 만한 실적 호조세가 이어졌습니다. 반도체 수요는 늘어나는 데 반해 글로벌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더해지며 공급자 위주 시장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딱히 증설을 통해 공급량을 늘리진 않았음에도 가격 상승에 따라 매출이 급증하게 되고 영업이익은 그보다 더 가파르게 늘어나게 됐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돼 반도체가 들어가는 자동차 생산 등의 공장이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을텐데요. DB하이텍은 이 공급난의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8인치 장비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설비를 늘리기가 쉽지 않으니 dB하이텍은 물론 다른 경쟁자들도 섣불리 증설을 하기 어려웠고 이는 공급난 지속 ->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DB하이텍의 고민도 있습니다.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속성이 있습니다. 약점인 줄 알았는데 호재로 작용하고 또 호재인 줄 알았는데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모습입니다. 

 

8인치 파운드리 증설을 하자니 장비를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12인치로 사업을 더 확장하자니 조 단위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데다 12인치 사업에서는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부담까지 있습니다. 

 

그렇다고 앉아서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잘하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기업이 혁신을 멈추고 머물러 있으면 언제라도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죠. 

 

무리한 증설 없이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할 묘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화합물반도체 시장에 진입한다는  DB하이텍의 계획은 시기적절한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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