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은 에너지전환 시대에 왜 석유기업을 사나?
투자의 귀재를 넘어 현인으로까지 불리는 워렌 버핏이 예전부터 에너지 기업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 저기서 탄소 중립을 외쳐대는 요즘 같은 때 여전히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게 옳은 걸까요?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버핏이 옳았던 것 같습니다. 유가 상승으로 버핏이 매수했던 석유회사 주가도 따라 오르며 많은 평가이익을 보고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핏이 큰 실수 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워렌 버핏은 옥시덴탈이라는 석유회사 지분을 계속 늘려가고 있었는데요. 2019년 옥시덴탈이 경쟁사였던 아나다코를 인수할 때도 100억 달러를 지원한 적도 있는데요.
그런데 하필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석유기업 주가는 폭락합니다. 당시 안 떨어진 주식이 있었겠냐마는 유가가 급락했던 탓에 석유기업은 더 타격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유가는 급등했고 석유기업의 주가도 상당 부분 회복됐습니다. 그리고 워렌 버핏은 석유기업 주식을 추가로 더 매입하고 있습니다. 8월엔 당국으로부터 옥시덴탈 주식 50%까지 매입할 수 있다는 인가도 받았는데요. 이는 워렌 버핏이 옥시덴탈을 완전히 사들이는 데까지 이를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앞으로도 석유회사가 자신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데에 베팅한 것이기도 한 셈이죠.
버핏의 결정이 끝까지 옳았던 것으로 남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 대목에서 버핏의 투자 아이디어는 참고할 만할 듯 합니다. 그는 왜 석유회사에 투자한 걸까요?
워렌 버핏의 성향을 보면 유행을 추종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고수하는 데 더 주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런 투자철학 가운데 하나가 싼 주식을 산다는 것이죠. 물론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좋은 기업의 주식이 쌀 때 산다는 의미입니다.
근래 석유회사를 비롯한 전통 에너지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에너지전환이란 큰 흐름에서 퇴출돼야 마땅한 산업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빅테크나 신재생에너지기업들보다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리 이상한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부분이 버핏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였을 수 있겠네요.
그런데 단순히 싸고 지금 당장 돈을 잘 버는 게 다는 아니었을 겁니다. 석유기업들을 에너지 전환과 함께 퇴출될 대상이 아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곳으로 여겼을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별 생산 비율을 따져 보면 여전히 화석연료는 80% 넘는 비중입니다. 그리고 에너지업계 안팎에서는 한동안 석유 수요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그런데 에너지는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사용하는 재화가 아닙니다. 최근 에너지 공급 부족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현상은 여전히 에너지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석유기업들을 에너지전환 과제의 중요성을 가장 절실히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지구 환경과 자신들의 사업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변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죠.
버핏이 투자한 옥시만 하더라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직접공기포집 기술을 사업모델로 만들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획득한 탄소배출권을 항공사들에게 파는 장기 계약도 진행하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