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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사이클이 명확한 산업, 해운업 경기와 조선업 경기의 상관관계

rockfish 2022. 3. 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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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과 관련해 '슈퍼사이클'이란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기본적으로 조선업이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인데요. 비교적 명확하게 사이클을 타는 업종인 만큼 어느 정도는 사이클에 따라 불황과 호황을 예측할 수 있는 산업이 조선업입니다. 하지만 그 주기가 너무 길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괴로움을 주는 산업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만드는 선박의 수명은 대략 30년 안팎까지 길다고 합니다. 한 세대인 셈인데요. 

 

그러다보니 조선업의 장기 사이클은 거의 30년이라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그러니까 앞서 슈퍼사이클이라 불리는 대호황이 있었다면 그로부터 30년 뒤에 배를 교체하는 수요에 의해 또다시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그 중간 중간 작은 사이클도 존재하겠죠. 

 

이 사이클은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 간략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일단 조선업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들로 너무 당연하게 조선사가 있고 해운사, 선주 등이 있습니다. 또 제철사 등 조선 원가 비중이 높은 후판 등을 조선사에 공급하는 후방산업이 존재하며 노후 선박을 최종적으로 폐기처리하는 해체업자들도 있습니다. 

 

대충 상상이 가듯 배를 만드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배의 규모 자체가 어마어마한 데다 배를 만들려면 엄청난 인력과 기술력, 자본, 시설 등이 필요합니다. 아무나 만들 수 없기에 대개는 과점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이런 조선산업의 사이클을 대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경제가 좋아서 세계 교역량이 늘고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시기가 되면 해운사가 바빠집니다. 자동차, 스마트폰, 식품, 원자재 등이 상당 부분 바다를 통해 운반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수요 역시 이 때 급증하기 때문에 유조선, LNG선 등의 수요가 늘어납니다. 

 

이 때는 운임료가 늘고 해운업체들도 돈을 쓸어담는 구간입니다. 

 

해운사 일감은 많은데 일을 할 배가 부족한 상황인 것이죠. 

 

그러면 해운사들은 조선업체에 선박을 주문하게 되는 것이죠. 해운사가 선주를 겸하는 사례가 많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해운사가 선주에게 배를 임대하거나 구입하는 일도 있는 것이죠. 

 

아무튼 배가 필요한 해운사와 선주는 조선사에 배를 주문하게 되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있습니다. 배를 주문한다고 하루 만에 나올 수는 없기 때문이죠. 거의 1년에 걸쳐 배가 완성되는데 그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주문이 밀리면 배를 받을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조선사가 갑인 것이죠. 수주도 내키는 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조건이 안 좋으면 거절할 수도 있고 비싼 값에 배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미 나와 있는 배를 사서 바로 투입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고 이 때 중고선가가 오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를 넘는 일도 생기게 되고요. 

 

하지만 이렇게 마냥 좋은 상황만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경기라는 게 꺾이게 마련인 것이죠. 

 

한창 해운사들이 배를 주문하고 조선사는 배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데 어느 순간 물동량은 줄어들고 더이상 배가 많이 필요하지 않는 시기가 옵니다. 

 

그러면 이미 바다 위에는 많은 배들이 떠다니고 있고 걔중에는 불필요한 것들도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선박 공급이 과잉인 상태가 되는 것이죠. 

 

게다가 조선소에는 주문을 받은 배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어쨌든 주문을 받았으니 배는 만들어야 하겠교 그런데 이미 배는 넘쳐나고..

 

그러다보면 해운사들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운임은 하락하고 일감은 줄었고 그런데 배는 남아 돌고... 장사가 잘 될 때야 괜찮지만 어려운 시기에 남아 도는 배가 많다는 것은 재앙이나 다름없습니다. 배라는 게 가만이 놔두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지비가 만만치 않은 놈입니다. 선박 운용, 선원 인건비 등도 들어가게 되죠. 

 

그러다보면 해운경기가 먼저 꺾입니다. 이 때는 해운사와 선주들이 쓸 수 있는 배를 처분해 해체시키기도 합니다. 비용을 드는 배를 해체해 고철값을 받고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인 것이죠. 

 

해운업의 호황이 조선업의 호황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해운업의 불황은 이제 조선업의 불황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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