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한국경제 영향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위험요인이 한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직접적 위험요인이 큰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와 핵심소재 수급상의 문제가 커지는 등 간접적 타격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산한금융투자는 22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교역과 금융 측면에서 우크라이나나 러시아와 연계성이 낮다"며 "다만 러시아산 에너지 원료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우크라이나 수출입 비중은 0.1% 정도, 러시아는 수출 1.5%, 수입 2.8% 정도로 잠정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수입제품의 76%는 광물성연료라는 점은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품목의 전체 수입액 가운데 러시아 비중은 10%로 사우디, 미국, 호주에 이어 4번째 입니다. 갈등 격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발생하면 국내 에너지 물가 상승 우려가 큽니다.
한편 신한금융투자는 "한국의 낮은 에너지 자립도와 반도체 공급망 차질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부담이 된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높은 원유 의존도를 보이는데 유가가 10달러 상승하면 수입액이 100억 달러 증가하는 꼴입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업종별 원가 상승 부담도 확대될 수 있습니다. 정유, 철강, 화학, 선박, 자동차, 건설 등 구경제 중심으로 마진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하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낮아지고 물가는 1.1%포인트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럼 이번 사태는 왜 발생했을까요?
동유럽 지역의 패권 다툼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즉 동유럽을 둘러싼 서방 대 러시아 사이 패권 다툼이라는 얘기입니다. 구소련 해체 이후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나토는 회원국을 늘리며 동쪽으로 진군했는데요.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한 게 화근이 됩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를 향해 군사력을 결집합니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토 가입이 추진되면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지난해부터 지속된 원자재 수급 현황은 러시아에게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됐습니다.
러시아 입장이 돼 살펴볼 때 이번 사태는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데요.
먼저 정치적으로 코로나19 등의 원인으로 푸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을 극복할 필요가 잇고요.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을 유지해 권위주의적 통치를 정당화할 필요도 있었을 것입니다. 서방과의 대결구도로 민족주의를 고취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입니다.
안보/외교적 요인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들 수 있습니다. 나토의 동진을 중단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죠.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편입된다면 서쪽 국경의 안보 완충지대가 상실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 부국으로 유럽은 러시아에 높은 에너지 의존도를 보입니다. 타이트한 원자재 수급현황은 러시아의 협상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 때 상실한 유럽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전환하며 공세적 자세를 취할 여력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역시 정치적으로 코로나19 등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급격히 진행된 탓에 과거 공화당 정부가 전쟁을 통해 지지율을 높였던 경험을 참고하게 됐을 수 있습니다. 중간선거 승리와 지지율 회복에 지정학적 긴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죠.
안보/외교적으로 보면 우크라이나는 동부 유럽 및 CIS 지역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동유럽 패권 강화를 견제해야할 필요도 있고요.
경제적으로 보면 미국의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하락하며 지정학적 긴장에도 경제적 피해가 제한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0년 전후로 미국은 에너지 순수입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했고 최근 유럽 쪽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이 자원 강국인데요. 우크라이나도 무시할 수 없는 자원 부국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3대 곡창지대 중 하나입니다. 옥수수, 밀, 보리, 콩 등 곡물 생산량의 60~70%를 수출합니다. 게다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광물자원의 5%가 우크라이나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항공, 우주, 조선, 원전 등의 첨단 기술력도 지니고 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는 지리적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석유 수송관 중 다수가 거쳐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유럽 가스 수출의 30%는 우크라이나를 경유합니다.
러시아 나토 사이 중간벨트, 군사적 긴장 완충 지역으로서도 가치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