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시기에 주목도 높아지는 실물 자산(인프라, 부동산 등)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추석 연휴 동안 쉬고 있는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 증시와 암호화폐, 금융 시장 등은 상당히 요동을 치는 모양새입니다. 중국 헝다그룹의 부도 가능성 때문인데요.
안 그래도 불확실성이 늘고 있는 금융시장에 또 다른 먹구름이 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줄곧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외 주식 시장에 변동성이 매우 커지고 있는 듯 합니다.
변동성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주식과 채권 등 가장 보편화된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악재로 여겨집니다.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미래 수익이나 채권의 이표(쿠폰)의 현재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기에 투자자들은 실물 자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
인플레이션 때는 대체로 실물 자산 가격도 함께 오릅니다. 예컨대 경제가 확대되는 구간에서는 소비자 물가가 성장하는데 이 때 주거 및 업무용 공간, 교통, 에너지 인프라 등의 수요도 증가합니다.
또한 실물자산은 현금을 창출하는데 그 현금은 인플레이션에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어떤 형태의 월세든 소비자 물가지수에 맞춰 조정되는 흐름이 있죠.
숙박료, 창고비용, 등도 제법 자주 조정됩니다.
물론 인플레이션기에는 실물자산의 유지비용 또한 늘어날텐데요. 다만 부동산의 경우 유지비용이 상당 부분은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사례가 많고 인프라 시설의 경우에는 장기 계약을 통해 고정 비용을 유지하는 때가 많습니다. 실물자산과 연계된 부채 부담은 인플레이션기에 줄어드는데요. 즉 물가가 오르면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셈이니 부채에 따른 부담도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죠.
결국 인플레이션기에는 실물 자산이 좋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최근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한 자산운용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2.5%를 초과할 때 부동산이나 인프라 자산이 주식이나 채권 지수를 뛰어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투자은행 JP모건의 데이비드 레보비츠는 연금펀드가 자산의 5~10%를 실물자산에 배분하는 것으로 시작해 점차 15~20%로 늘려 나가야 한다고 바라봤습니다.
언뜻 봐서는 실물자산 비중을 높이는 포트폴리오 구성은 설득력이 있어보입니다.
다만 경계할 지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먼저, 과거와 달리 실물자산의 성과를 예측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소매 유통을 위한 상점이나 사무용 오피스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전자상거래와 재택근무가 늘어난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공간 수요를 창출할지 미지수입니다.
공항과 발전소도 생각해볼까요?
코로나에 따른 여행 제한은 물론 그보다 더 장기적 과제인 탈석탄 추세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올해 유독 심했던 기후변화 관련 재앙도 기후 문제를 더 심각하게 다루게 될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실물 자산은 투자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최근에는 실물 자산을 주식시장에서 리츠 등의 형태로 소액 투자할 수 있는 길도 넓어지긴 했습니다만 개인 투자자들은 전문 투자자와 비교해 투자 여력도 적을 뿐 아니라 정보도 부족할 수밖에 없죠. 예컨대 도로 건설이나 공항에 투자하려면 적어도 수천억 대의 자금이 필요할 텐데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주체는 매우 드물수 밖에 없습니다.
설령 리츠나 주식으로 상장된 펀드 등을 통해 투자를 한다 해도 이는 실물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주식 투자와 비슷한 셈인데 이는 해당 자산의 가치가 실물 시장보다 주식 시장과 더 큰 상관관계를 지닐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사모펀드 등을 통해 실물자산에 접근해왔는데 이는 투자금의 집행이 다소 느리고 운용인력의 보수나 수수료 등이 비교적 높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어떤 실물자산이든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습니다. 실물자산의 매력은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고유의 가치를 잘 지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투자금을 지키기 위해 선택해야 할 실물자산은 단순히 가치가 제자리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에 폭발해 다른 자산의 가치가 급락했을 때 가파른 가치 상승으로 전체 포트폴리오를 지켜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큰 위험은 실물자산이 그동안의 성공 탓에 오히려 매력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이미 실물자산에 투자를 해 놓은 상태입니다. 안정적 수익과 분산투자를 위한 목적일 텐데요.
지난 10여 년 동안 실물자산 투자는 큰 폭으로 확대됐습니다. 당연히 살만한 자산을 찾아 내는 게 더 어려워졌죠.
실물자산의 개념도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NFT(대체불가토큰)과 같은 디지털 자산도 이 범주에 포함되고 잇습니다.
실물자산 시장이 더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