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식 향방은? 공급사 수급상 불리해졌지만 밸류에이션 상으로 주가 하락 제한적일 듯
반도체 주식 가격이 최근 하락세인데요. 반도체 수급상 공급사들에 불리한 환경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상으로 낙폭이 제한될 것으로 보입니다.
메리츠증권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메모리반도체 관련주의 조정을 촉발한 현물가 하락의 원인으로 1)계절성 요인에 따른 PC 수요 감소, 2)서버업체들의 판매가 하락 압박을 위한 '공급 재고부족 착시현상 전략', 3)수요 불확실성에도 공급사들의 투자 강화 기조 유지 등을 꼽았습니다.
PC 수요 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급반등했던 PC 수요는 계절적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그 탄력이 둔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저가 중심으로 수요 약화가 눈에 띄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OEM 및 채널 모두 재고 확충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디램 업체들은 최근 발생했던 서버 디램의 불량 사고 관련 물량들을 PC용으로 재작업한 뒤 판매하고 있고 이러한 공급 물량도 현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메리츠증권은 "디램 수요 가운데 현물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지만 PC 고정가와 기타 응용처의 선도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향후 현물가 관련 소음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서버 수요자들의 전략적 재고 축적이 현물가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디램의 사이클은 그 진폭이 단축되고 있습니다. 판매가 상승과 하락기의 교차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뜻이네요.
메리츠증권은 "공급 부족 상황에서 서버 수요자들의 전략적 재고 축적을 통한 수급 전환 파훼법이 그 중심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버 수요자들은 과점적 지위의 공급자(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두 가지 본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말인데요.
규제당국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공급자들이 가격 담합 의혹을 회피하려고 하는 한편 이익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공급사 사이 점유율 경쟁을 펼치는 경향도 있다는 것입니다.
수요는 즉각적 변화가 가능하지만 공급 변화는 쉽지 않는 게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수요자들은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수요 쪽의 서버 업체들은 공급 부족 국면에서 의도적으로 이중, 삼중 주문을 통해 수요 분배를 특정 시기에 집중시키는데 올해는 코로나19 특수성까지 겹쳐 재고 전략을 Just In Time(적시 생산 방식)에서 Just In Case(비상 대비)로 전환시켰습니다.
결국 가격 압박의 근간이 되는 재고 축적을 상반기에 강하게 추진하며 공급자들의 재고 감소 착시를 유발했을 수 있는 것입니다. 향후 재고 소진 여부는 외부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구매자들의 가격 협상력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공급자들로서는 생산 준비의 장기화 때문에 설비 능력을 상향조정하고 이는 또 경쟁사들을 자극하게 마련입니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공급사들은 불확실성을 눈앞에 두고도 공급 조절을 통한 협상력 회복과 같은 전략적 선택을 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그 이유는 차선을 쫓다가 최악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착시라 하더라도 당장의 완제품 재고는 부족한 상황인데 생산 속도를 조절했다가 경쟁사의 점유율 확대 전략에 당하는 상황을 맞는 것은 뼈아픈 일입니다. 그랬다가 기업 경영자들이 나중에 주주들의 문책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메모리 기업 주가 수준은 이미 많이 내려간 상태입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역사적으로 PBR 1배 미만에서는 실패하기 어려운 투자기회로 여겨집니다.
현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관한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모두 낮췄는데요. 이는 오늘 시장에서 이들 기업의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기존 관점을 유지하며 반도체 업종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